본문 바로가기

음식

[도쿄음식] 상상초월 된장 절임 까망베르치즈, 그 맛은?


치즈 좋아하는 와이프, 된장 치즈로 골탕 먹이기?


 

저희 동네에 홋카이도 전문점이 있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죠? 아... 도쿄히로바에 처음 방문해 주신 분들은 모르시겠네요. ^^ 제가 사는 히카리가오카라는 동네에 있는 마트 안에 홋카이도의 특산물을 파는 전문점이 있습니다. 가끔 들러서 뭐 맛있는 거 없나 구경을 하는데요. 이번에 신기한 치즈가 들어왔더라구요. 치즈는 치즈인데 그냥 치즈가 아니고 된장에 절인 치즈입니다. “된장 절임 까망베르치즈” 이름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치즈와 된장이라... 전혀 상상이 안됐거든요.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설마 맛이 없으면 이런 걸 만들었겠어?”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ㅎㅎㅎ 마침 와이프가 또 치즈를 엄청 좋아하는지라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된장 절임 까망베르치즈】

 

 

된장 절임 치즈라서 상자에도 된장색(?)을 사용한 건가요?

 

 

 

덴가쿠 미소 쯔께 까망베르 田楽みそ漬けカマンベール

 

 

 

나고야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된장인 덴가쿠 미소와 홋카이도의 신서한 우유로 만든 카망베르 치즈의 조합

동양의 된장과 서양의 치즈, 和와 洋의 하모니를 즐겨달라고 하네요 ^^

 

 

 

바로 이 녀석이 문제의 된장 치즈입니다.

포장을 뜯었는데 된장 냄새가 확 풍기면 어쩌죠?

 

 

 

바로 이게 된장 절임 치즈입니다. 치즈를 된장독에 푹 넣었다가 뺀 것같이 생겼네요. 헐...

 

 

 

다행히도 된장 냄새가 확 풍기지는 않고요.

가까이 가야 된장인 줄 알 수 있을 정도의 냄새가 납니다.

 

 

 

된장이라고 생각하면 미간이 찌푸려지는 비주얼이지만

된장이 아닌 캬라멜 소스라고 한다면 굉장히 먹음직스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ㅎㅎㅎ

 

 

 

 

 

한입 먹어봤는데... 와우!

세상에 이렇게 맛없는 치즈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카망베르 치즈 특유의 흙 맛(?)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 맛에 된장이 섞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최악의 맛이 되더군요.

이제까지 제가 먹어본 음식들 중에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최악이었습니다. ㅠ.ㅜ

 

 

 

제가 까망베르 치즈의 고급스러운 맛을 몰라서 맛없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습니다.

치즈를 정말 좋아하는 와이프도 이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냥 까망베르 치즈라면 맛있었을 텐데 된장에 절여져 있어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인상을 찌푸리더군요.

 

 

▼ 된장 절임 치즈로 와이프 골탕 먹이기

 

그런데 말이죠. 여기서 포스팅이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사실은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된장 치즈를 사 와서 저녁에 먹으려고 꺼냈죠. 포스팅을 하려고 사진을 요리조리 찍고 있는데 와이프가 묻더군요.

 

와이프 : 뭐야? 치즈가 신기하게 생겼네? 치즈에 발라져 있는 게 뭐야?

하시루켄 : 어? 어... 캐러멜 땅콩 크림...(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순간적으로 캬라멜이라고 나오더군요.)

와이프 : 그래? 맛있겠는데?

하시루켄 : 그치? 홋카이도 전문점에서 맛있어 보이길래 사 왔어! 너 치즈 좋아하잖아 ^^

 

지난번에 비주얼에 놀란 싱크로율 100% 장어구이 빵에 당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된장 냄새도 많이 나지 않았고 게다가 와이프가 비염이 있어서 냄새에 둔감하기까지 하니 복수를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온 겁니다. 비주얼도 된장인 줄 모르면 캬라멜 소스라고 해도 딱 믿게 생겼고 말이죠 ㅎㅎㅎ

사진을 한참 찍으면서 “캬라멜 소스가 참 달콤하게 생겼네”, “치즈와 캬라멜 소스, 진짜 환상궁합 아니야?”라는 식으로 밑밥을 뿌려놨죠. 그리고 드디어 한 조각을 잘랐습니다. 운명의 순간이 온 거죠...

 

하시루켄 : 사진 다 찍었어, 자∼ 먹어봐! (포크에 찍어서 건네주면서)

 

그다음 와이프의 한마디가 저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와이프 : 아냐, 나 양치했어!

하시루켄 : ?... (ㅜ.ㅡ)

 (설마 양치했다는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치즈를 너무나 좋아하는 걸 알기에 당연히 먹을 줄 알았죠)

하시루켄 : 먹고 또 양치하면 되지... 먹어봐!

와이프 : 아냐, 내일 먹을게, 먼저 먹어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햄버거나 피자에 뿌려져 있는 치즈 말고는 치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얼마 전에 와이프가 마트에서 까망베르치즈를 사 와서 한입 먹었는데 완전 제 취향이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이건 그 까망베르치즈에 된장을 발랐으니... 솔직히 먹기가 겁이 났습니다. 와이프가 먼저 먹고 그 반응을 본 후 맛있으면 먹으려고 했는데...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고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네요.

 

그래도 일단 끝까지 연기를 하자는 생각에 한입 먹었습니다. 먹고 나서 무지하게 맛있다고 연기를 하면 와이프가 혹해서 먹을지도 모르니까요. ㅎㅎㅎ 그런데 이건 뭐 도저히 연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맛이 아니었습니다.

 

하시루켄 : 으악! 퉤퉤퉤!!! (어쩔 수 없이 한입 살짝 먹고)

와이프 : 왜 그래?

하시루켄 : 진짜 맛없다!

와이프 : 그럴 리가? 그 맛있는 까망베르 치즈에 캬라멜 소스까지 뿌려져 있는데?

하시루켄 : 이거 된장이야 ㅠ.ㅜ

와이프 : 캬라멜 소스라더니! 또또또! 나를 속이려고 했구만? 


아... 왜 전 매번 이렇게 당하기만 하는지...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좀 어설픈 구석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자주 당하니 좀 억울하네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