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에게 생명 연장의 꿈이란?
아마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라면 포스팅 제목을 보시고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저희 가족이 모두 일본에서 살고 있는 줄 알고 계실 테니까요. 맞습니다. 저희 가족은 일본에서 살고 있는데요. 2주 전에 와이프가 출산 때문에 딸아이를 데리고 한국 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본의 아니게 기러기 아빠가 됐는데 이게 참 힘듭니다. 그리움? 네, 물론 와이프도 딸아이도 보고 싶죠. 보고 싶은데 그것보다 더 힘든 게 있습니다. 바로 아주 현실적인 먹고사는 문제죠. 밥이야 밥통이 알아서 해주니 문제없는데 반찬이 똑떨어지고 나니 도대체 감당이 안 되더군요. 예전에는 곧잘 끓이던 김치찌개도 왜 이렇게 맛이 없는지, 새삼 와이프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기러기 아빠 생활이 시작된 지도 2주 정도 됐는데요. 그 2주 동안 라면과 빵이 주식이 되고 밥은 간식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 세상의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으로부터 소포가 왔습니다. 초인종이 울려서 나가봤더니 택배아저씨가 한국어로 사과라고 쓰인 박스를 건네주더군요. 드디어 한국에서 구호물자가 도착한 겁니다. 어찌나 기쁘던지 ^^
【한국에서 온 소포】
▲ 저는 우체국 박스보다 마트에서 구해 온 이런 박스가 더 정이 갑니다. 뭐가 들었을지 엄청 궁금하더라구요. 설마 사과는 아니겠지요. ^^
▲ 오호∼ 김이 잔뜩 들었네요.
▲ 그리고 밑반찬과 과자들 ^^
▲ 일본에도 초코파이는 있지만 저는 우리의「정」이 제일 맛있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간식거리까지 챙겨줬네요. ^^
▲ 저녁에 입이 궁금할 때 먹으라고 오징어까지... 여기서 살짝 감동의 물결이...^^
▲ 밥반찬으로 김이 빠질 수 없죠. 기름에 바싹 구워서 소금을 솔솔 뿌린 김, 먹어보지 않아도 맛이 그려집니다.
▲ 고추참치와 야채참치도 참 오랜만에 봅니다. 학창시절에는 점심시간에 요거 한 캔 따면 인기 짱이었는 말이죠.
▲ 우오옷!!! 이것은 상 차리기 귀찮을 때 따뜻한 밥 위에 한 숟가락 푹 떠서 비벼먹으면 그만인 볶음 고추장!
▲ 그리고 소포의 주인공이죠. 밑반찬이에요.
▲ 더덕 무침과 무말랭이 그리고 문어 젓갈, 빨간 양념이 군침이 막 돕니다.
▲ 보통은 반찬통 그대로 꺼내놓고 먹지만 반찬이 도착한 첫날이니 예쁘게 접시에 담아서 ^^
▲ 한상 차렸습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요.
▲ 따뜻한 밥 위에 더덕 무침을 올려서 먹으니 완전히 꿀맛입니다. ㅎㅎㅎ
▲ 보기만 해도 행복해요.^^
한국에서 온 소포, 기러기 아빠가 되고 나서 처음 행복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기러기 아빠가 된지 불과 2주 만에 구호물품(?)이 이렇게까지 반가울 줄은 몰랐네요. 하루하루 라면과 빵으로 연명하던 기러기 아빠에게 생명 연장의 꿈은? 한국에서 온 소포라고 해도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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