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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분실물 습득에 대처하는 일본 사람들의 자세


분실물 습득에 대처하는 일본 사람들의 자세


 

퇴근길에 아파트 입구에 있는 게시판에 열쇠고리가 걸려 있는 걸 봤습니다. 누군가가 흘린 걸 찾아가라고 게시판에 걸어둔 거겠죠.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본 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처음에는 굉장히 놀랍고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한 번은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 놨는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었는지 옷이 다 날아갔더라구요. 아무리 찾아도 폴로티 한 장이 도저히 안 보여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며칠 후에 아파트 1층 입구에 옷걸이째로 걸려있었습니다. 게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어서 주워 놨다는 메모까지 함께 말이죠.

 

땅에 떨어져 있는 걸 모른척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같은 아파트 단지 내의 누군가의 것이겠거니 생각해서 메모까지 써 붙여주는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분실물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자세

 

 

제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있는 게시판이에요.

 

 

 

▲ 열쇠와 열쇠고리가 걸려있더라구요.

 

 

 

▲ 남자어린이의 날에 많이 볼 수 있는 잉어 인형 장식이네요. 주인은 아이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완전 대박 사건이었는데요.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와이프와 여행을 가려고 신주쿠에 있는 리무진버스 정류장에 갔습니다. 표를 끊으려는데 와이프가 갑자기 지갑이 없어졌다지 뭡니까. 순간 둘 다 멍∼해져서 넋을 놓고 있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찾을 거란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죠.  그런데 신주쿠역 서쪽 출구에서 신주쿠 가부키초 부근까지 갔을 무렵 찌라시를 돌리는 알바생들이 모여서 수군거리고 있는 겁니다. 대화 내용이 얼핏 들렸는데 지갑을 주웠는데 주인을 어떻게 찾아주지? 이러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봤더니 제 와이프의 지갑이었습니다.

 

저희 꺼라고 이야기했더니 순순히 지갑을 내어주더군요. 지갑 속을 확인해봤는데 전부 그대로 있었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고맙던지... 다시 돌아와서 리무진버스를 타고 가는데 생각할수록 신기한겁니다. 어떻게 신주쿠 한복판에서 잃어버린 지갑을 찾을 수가 있을까?

 

그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뭔가를 잃어버릴 걱정을 하지 않게 된게 말이죠. 자전거에 열쇠를 채우지 않고 잠깐 세워둬도, 유모차에 짐을 실은채로 한눈을 팔아도 누군가가 훔쳐 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건 분실물을 대하는 일본 사람들의 자세를 알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