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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도쿄일상] 못난 자식은 어머니에게서 또 하나 배웁니다.

 

 어머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며칠전에 한국에 계신 어머니에게서 받은 카톡 메시지가 저로 하여금 참 많은걸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 예순셋에 도전한 고졸 검정고시, 그리고 합격
손녀가 태어났으니 이제 할머니가 된 저희 어머니가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 택배로 바로 보내드린 꽃바구니 - 와이프가 며느리라고만 쓰고 아들은 빼먹었더군요 칫!]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았을때는 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는데
좀 지나서 천천히 생각해보니 이제껏 자식들만을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가
자식들이 다 크고 나서 이제야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하셨구나란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초등학생때 학교에 제출하는 서류에 부모님 학력을 쓰는 항목이 있었는데
어머니한테 물어보면 그때마다 조금 머뭇거리셨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 자신은 중졸이라는 학력이 부끄러우셨나봅니다.

 

작년말 어머니가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쭤봤습니다.

 

철없는 아들 : 엄마 검정고시는 왜?
어머니 : 그냥...
철없는 아들 : 그냥?
어머니 : 응,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저 때만해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죠.

 

올해 1월에 집에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한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SOS를 쳤습니다.
어머니가 4월에 검정고시를 앞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시험 본다고 붙겠어? 그리고 시험이야 다음에 또 있으니까...라고 철없는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일본에 두달간 아이를 봐주러 오실때 검정고시 참고서를 전부 싸들고 오셨습니다.
철없는 아들은 또 속으로 아이 봐주러 오면서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다고 책을 가지고 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두달이 지나고 이번 5월 골든위크에 한국에 들어갔을때 어떻게 됐는지 여쭤봤습니다.

 

철없는 아들 : 엄마 어떻게 됐어?
어머니 : 몇점차로 떨어졌어
철없는 아들 : 그래? 그래도 몇점차로 떨어진거면 진짜 잘했네! (별 대수롭지 않게)
어머니 : 응, 8월에 다시 봐야지...

 

 

그리고 며칠전에 합격했다는 카톡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고졸 검정고시 합격, 어머니가 자식들 낳으신 후에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물입니다.

 

철없는 아들은 어머니는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늘 자식들만 위하시고 필요한거 없다, 먹고 싶은거 없다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모른척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인생 후반전이 되어서야, 할머니가 되어서야 자신의 인생을 사시는 어머니를 위해
철없는 아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드려야겠습니다.

 

꿈을 위해 40년 넘게 손 놓았던 펜을 드신 어머니! 존경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이 많다는 핑계로 현실에 안주하면 살아 온 아들은 이렇게 어머니에게서 또 하나를 배웁니다.

 

40년이 넘게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아오신 어머니! 사랑합니다!
부끄러워서 직접 말씀 못드리고 이렇게 글로나마 대신하는걸 용서하세요.

 

그리고 합격 축하드립니다^^


 

【도쿄히로바 TOKYOHIRO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