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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동일본대지진 4주기, 그날을 기억하며...


동일본 대지진 4주년, 잊지 못할 그날의 기억 


 

오늘 3월 11일은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지 4년째 되는 날입니다. 지진과 해일 그리고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까지 이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는데요. 지진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도쿄에서도 지진의 여파는 엄청났습니다.

 

지진 당시에 저는 10층 건물의 7층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 온 지 4년차 때여서 웬만한 지진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내공이 쌓여있던 때였죠. 그날도 진동이 느껴지길래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진동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강하고 길게 그리고 여러 번에 걸쳐서 왔습니다.

 

처음 그리고 두 번째 진동까지는 설마 별일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세 번째 진동이 왔을 때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책상 밑으로 들어가게 될 정도로 엄청 강했습니다. 진동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나서 책상 밑에서 나와 사무실을 살펴보니 그 무거운 철제 책상과 캐비닛이 자리 이동을 했더군요. 캐비닛이 쓰러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건물 밖으로 대패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모두 자기 책상 아래에 있는 비상 키트를 메고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업무는 올 스톱!!! 다시 지진이 올지 모르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퇴근하라고 하더군요. 허나 지하철도 모두 올 스톱!!!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통신사 기지국에도 이상이 생겼는지 전화도 불통, 지하철이 다시 운행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녁 8시쯤 되니 지하철이 하나둘씩 복구되기 시작해서 지하철을 탔지만 복구가 안된 구간도 있어서 중간에 내려서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택시 정류장 앞에 줄이 어찌나 긴지... 게다가 택시는 가뭄에 콩 나듯 한대씩 들어오고 결국에는 택시도 포기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다행히도 긴급상황이라 버스가 새벽까지 연장 운행을 하더군요.

 

저희 집까지 가는 버스는 없어서 대충 집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서 내려서 걸어서 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퇴근을 4시쯤에 했으니 집까지 오는데 12시간이나 걸린 셈이죠. 다행히 집은 2층이라서 지진의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책상이 조금 움직이고 그릇들이 바닥에 조금 떨어진 정도더군요. (사실 이때 구입한지 얼마 안 된 액정TV가 있었는데 이게 엎어졌을까 봐 무지 걱정을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TV를 켰더니 진짜 영화에서난 볼법한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건물들을 덮치고 집이 통째로 떠내려가고,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게 진짜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후쿠시마에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하나둘씩 폭발하기 시작한 거죠. 하루 자고 일어나면 1호기에서 연기가 난다 또 하루 자고 일어나면 2호기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정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한국으로 돌아가는 동료들도 나오고 저도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지만 사고 현장에서 도쿄까지는 꽤 거리도 있고 일단은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도쿄에 계속 남았습니다. 아마 그때 아이가 있었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나 싶네요.

 

그 악몽으로부터 어느덧 4년이 흘렀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그때의 그 일을 다시 떠올릴 틈도 없더군요. 그러다 4주기를 맞아서 일본의 방송이나 포털에서 동일본대지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 구글 이미지 검색

▲ 이와테현, 쓰나미가 휩쓸고 간 후의 모습

 

 

2만 10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동일본 대지진, 지금도 약 23만 명이 가설주택 등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고 복구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었기에 이미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제1원전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벽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설령 주택, 도로, 병원 등의 시설들이 복구가 된다 한들 과연 후쿠시마로 돌아와서 살아갈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네요.

 

고향을 잃은 사람들,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서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