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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도쿄소식] 일본 지하철에는 여성전용칸이 있다


여성전용칸에 올라 탄 얼굴 화끈한 에피소드


 

 

본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지하철에서 겪었던 황당한 경험입니다.

새로 이사를 오고 나서 처음 출근하는 날이었습니다.

전날 이사를 하느라 무리를 한 탓인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지하철역으로 달려갔죠.

개찰구를 지남과 동시에 때마침 지하철이 들어오더군요.

 

”저걸 못타면 지각이야! 달려 달려!”

 

지하철 문만 보고 달려들어갔습니다. 출근시간이라서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정말 많더군요.

간신히 지하철에 올라타고 창밖을 보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봤더니 전부 여자들만 있는 겁니다.

 

”어? 뭐지? 이상하네...”

 

다시 주변을 둘러봐도 역시 전부 여자들뿐입니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가? 복권이라도 사야겠구만”

 

이러고 있는데 주변에서 따끔 따끔한 시선이 계속해서 느껴지더군요.

그때 지하철 창문에 붙어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성전용차 女性専用車 Women Only]

 

 


헉! 여긴 여성 전용칸이었습니다. 순간 열이 확 올라오면서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때부터는 목에 깁스하고 창밖으로 시선고정! 지하철이 어서 빨리 다음 역에 도착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죠

다음 역에 내려서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지하철 창문뿐만 아니고 여기저기에 지하철 전용칸이라고 써져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여기저기 여성 전용칸임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 있습니다.

지하철 타기 전에 왜 이걸 못 봤을까요 ㅠ.ㅜ

 

 

 

지하철 통로에도 표지가 붙어 있구요

 

 

 

플랫폼 발밑에도...

급하게 오지만 않았어도 볼 수 있었는데 말이죠 흑...

 

 

 

아침 출근 시간대인 7시 52분부터 9시까지만 여성 전용칸으로 운용이 됩니다.

 

 

 

지하철의 제일 앞이나 뒤의 한 차량이 여성전용칸으로 운용되며

창문에 여성전용칸임을 알리는 분홍색 표지가 붙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본에는 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이 있었던 거였습니다.

여성전용칸은 대부분 차량의 맨 뒤나 앞에 있는데, 예전에는 항상 지하철의 중간 차량 쪽에 탔었기 때문에 몰랐던 거죠.

 

정말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란 게 하나 있다면 여성전용칸 제도가 정말 잘 지켜지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엄청 붐비는 아침 출근시간에 여성전용칸에 탄 남자들을 보지를 못 했습니다.(물론 저 빼구요 ㅠ.ㅜ)

제도를 만들어도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제도를 만들고 잘 지켜나가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여성전용차의 이용에 대해서]

 

 

그리고 이름만 여성전용칸일 뿐이지 초등학생 이하의 남자 어린이, 몸이 불편한 분과 그 보호자인 남성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여성전용칸에 대한 찬반 여론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여성 배려 차원에서 여성전용칸을 도입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남녀평등, 역차별... 뭐 이런걸 떠나서 결국 우리를 낳아주신 어머님도 여성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