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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본의 목욕 문화, 욕조의 물을 온 가족이 함께 쓴다는데?


욕탕의 물을 버리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쓰는 일본의 목욕 문화


 

여러분들 일주일의 피로는 어떻게 풀고 계신가요? 금요일 저녁의 치맥, 주말에 늘어지게 자는 늦잠 등 피로를 푸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요. 저는 피곤할 때면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반신욕을 한답니다. 욕조에 뜨끈한 물을 받아놓고 들어가서 눈을 감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죠. ^^

 

지난 주말에도 어김없이 반신욕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한국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본의 목욕 문화가 떠오르더군요.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일본인 친구로부터 일본의 일반 가정에서의 목욕 방식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요.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재미있는(?) 독특한(?) 일본의 목욕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뭐라고? 욕조의 물을 같이 쓴다고?

 

처음 일본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일본의 가정에서는 욕조에 물을 받아서 한번 쓰고 버리지 않고 온 가족이 차례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순서는 아빠, 엄마, 자식들 순인데요. 요즘에는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 다르다 보니 순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한번 받은 물은 2, 3일 정도 사용을 하구요. 만약 손님이 오면 새로 받은 물을 제일 처음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을 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한국과 일본의 목욕 방식의 차이에 그 이유가 있더군요.

 

 

 

▲ 저희 집에 있는 욕조입니다. 지은지 좀 된 집들은 욕조가 그리 크지 않고 딱 반신욕하기에 적당한 사이즈의 욕조가 많습니다. 일본의 집들이 기본적으로 사이즈가 작은 탓이겠죠.

 

 

한국과 일본의 목욕 방식에 이런 차이가?

 

한국의 대표적인 목욕 문화, 바로 때밀이죠. 욕조의 뜨거운 물로 때를 불린 다음에 손으로 밀어서 뭔가 거무스름(?)한 게 밀리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때타올로 박박 밉니다. 그리고 온몸이 때타올의 흔적으로 빨갛게 변하면 비누 칠을 하고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목욕은 마무리가 되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때를 미는 문화가 없습니다. 요즘에야 한국의 문화가 많이 전파가 되어서 한국으로 때밀이 관광을 간다는 이야기도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는 때를 밀지 않죠. 때문에 욕조에 들어가는 목적은 때를 불리기 위함이 아니라 피로를 풀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먼저 비누 칠을 하고 깨끗한 물로 씻어낸 다음에 욕조에 들어가서 머리만 내밀고 반신욕을 즐깁니다.

 

한국 : 욕조 → 때밀기 비누칠 → 헹굼 

일본 : 비누칠 → 헹굼 → 욕조

 

바로 이 목욕방식의 차이가 욕조에 받은 물을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거죠.

 

 

 

▲ 몸을 깨끗하게 씻고 들어가기 때문에 욕조의 물을 그나마 깨끗한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씻을 때 욕조에 이물질이 들어갈 거 같은데? (욕조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걸 방지해주는 이것의 정체는?)

 

그래, 먼저 씻고 들어가기 때문에 욕조의 물이 깨끗하게 유지된다고 해도 그전에 씻을 때 욕조에 샴푸라든지 비눗물이 많이 튈 텐데 그건 어떻게 되는거야?라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희 집 욕실에 널빤지 같이 생긴 판자때기 있지?” 

“어? 어... 있어”

 

네, 그렇습니다. 씻을 때 욕조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다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에 와서 처음 집을 구하고 욕실에서 발견했던 ‘이것’,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고 넘겼던 ‘이것’이 욕조의 물을 보호(?) 해주는 역할을 하는 녀석이었습니다.

 

 

 

▲ 일본의 일반 가정집의 욕실 어디에나 있는 널빤지 비슷하게 생긴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 이 녀석의 정체는 바로 욕조 뚜껑입니다.

 

 

 

▲ 욕조 옆에서 샤워를 할 때에는 이렇게 뚜껑을 씌워두면 욕조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갈 일이 없겠죠? 그리고 욕조 물의 보온 효과도 있구요.

 

 

그럼 하나 더! 시간이 지나면 물이 식을 텐데 그건 어떻게 해요? 할 말 없죠?

 

할 말... 있습니다. ^^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에는 없지만 예전 집에도 있었고 일본의 일반 가정집에는 보통 욕조의 물 온도를 조절해주는 기계(?)가 붙어 있습니다. 보통은 욕조에 물을 받을 때에 물을 틀어놓고 욕조에 어느 정도 받아졌나 수시로 확인을 하잖아요. 가끔 타이밍을 놓치면 욕조에 물이 넘치기도 하고 또 온도 조절을 잘 못하면 물이 너무 뜨겁기도 하죠.

 

그런데 일본은 욕조에 물을 자동으로 받아주고 물을 일정 온도로 유지시켜주는 설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버튼 하나만 눌러 놓으면 됩니다.  

 

 

 

▲ 위에 있는 작은 모니터같이 생긴 게 욕조에 물을 받고 온도를 조절해주는 기계입니다. 액정에는 물의 온도 등이 표시가 되구요. 옆에 있는 버튼들로 욕조에 물을 받거나 온도를 조절할 수 있죠. 그리고 욕조에 붙어있는 펌프 같은 곳에서 물이 나옵니다. 저곳으로 물이 순환을 하면서 차가운 물을 빨아들이고 뜨거운 물을 뿜어내면서 물의 온도가 조절이 되는 거죠.

 

 

일본의 목욕 문화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목욕 방식의 차이 그리고 일본 욕실의 설비가 욕조에 한번 받은 물로 온 가족이 피로를 푸는 반신욕이 가능한 이유였습니다. 

 

온천이 많은 나라 일본, 그리고 온천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 매일 온천에 갈 수는 없기에 가정에서 반신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래서 이런 일본 특유의 문화가 생긴 건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에 물을 한번 쓰고 버린다면? 그 물값만 해도 엄청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