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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해외 거주 한국인이 가장 행복한 순간 - 양념치킨 해외 배송기


치킨이 너무나 먹고 싶었던 해외 거주자의 치킨 해외 직구


 

 

여러분들도 이미 아시다시피 저는 현재 일본 도쿄에 살고 있습니다. 2008년에 취업을 해서 건너왔으니 햇수로 8년, 올해도 얼마 안 남았으니 곧 9년째가 되겠네요. 학창시절에 어학연수로 있었던 것까지 합하면 거의 10년 정도 일본에 살고 있는 셈이 됩니다. 참 오래도 있었네요. ^^

 

근데 일본에 살면서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먹거리입니다. 엥? 웬 먹거리냐구요? 일본에도 맛있는 음식들 많이 있지 않냐구요? 네! 많이 있습니다. 참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가 없습니다. 바로 한국인의 국민 야식 치느님이 없습니다. ㅠ.ㅜ

 

일본에도 카라아게라고해서 치킨 비슷한 건 있지만 우리나라의 양념치킨 같은 맛을 내는 건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론 신오쿠보 한인타운에 가면 한국식 양념치킨을 먹을 수는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강호동 678치킨([도쿄맛집/신오오쿠보맛집] 한국식 치킨이 먹고 싶을 땐 강호동 678 치킨)도 들어왔구요.

 

하지만 스시는 일본에서 먹어야 제맛이고 양념치킨은 한국에서 먹어야 제맛이죠. 특히 저는 교촌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짭짤한 간장소스에 중독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일본에서는 교촌을 먹을 수가 없으니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외면하고 그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울수밖에요...

 

그런데 이런 저의 노력을 가상히 여겼는지 치느님을 그것도 한국산 치느님을 영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느날...

 

영자 : 남푠! 나 한국으로 출장 가!

하시루켄 : 출장?

영자 : 어, 한국 본사로 2박 3일

하시루켄 : 애 있는 사람이 무슨 출장이야... 궁시렁 궁시렁... 또 궁시렁 궁시렁...

영자 :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지

영자 : 아님 나 회사 때려쳐?

하시루켄 : (화들짝) 아니지! 다녀와야지! 그럼 다녀와야지! 암요!

영자 : 남푠은 한국 가면 뭐가 제일 먹고 싶어?

하시루켄 : (말하면 사 오려고 그러나?) 김떡순, 양념치킨, 짜장면, 탕슉 등등등... 많지

영자 : 아~ 그렇구나~ 내가 다 먹어주고 올게! 푸하하하~

하시루켄 : ㅡ.ㅡ+

 

네! 와이프가 한국으로 출장을 가게 된 겁니다. 설마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와이프한테 돌아오는 날 치킨을 주문해서 일본으로 가지고 오라고 해외 주문을 했습니다. 

 

하시루켄 : 저기요! 여기 일본 도쿄인데요. 교촌 윙으로 두 마리 가져다주세요.

영자 : 도쿄까지는 배송이 힘든데요. 

하시루켄 : 아 이거 왜 이러세요. 옛날에 김국진씨는 독도에서 짜장면도 시켜 먹고 그랬어요. “짜장면 시키신 분~” 모르세요?

하시루켄 : 자주 시킬 테니까 배달해 주세요. 처음이 힘들지 길 좀 익숙해지면 금방 왔다 갔다 할 거에요.

영자 : 쩝... 자주 시키신다니 어쩔 수 없네요. 그런데 해외배송이라 며칠 걸릴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하시루켄 : 저 일본에 산지 8년이에요. 8년을 기다렸는데 그 며칠 못 기다리겠어요? 걱정 마세요.

 

이렇게 해서 치킨 해외 직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와이프가 출장에서 돌아온 바로 그날! 치느님은 과연 무사히 배달이 되었을까요?

 

 

【치킨 해외 배송기】 

 

 

▲ 와이프가 출장에서 돌아온 날, 저의 관심은 오로지 이 트렁크 속에 치킨이 있느냐 없느냐 그것뿐이었습니다.

 

 

 

▲ 간절히 기도를 하며 트렁크를 열었는데!!! 와우! 치느님이 오셨습니다. 그것도 바다 건너서 말이죠.

 

 

 

치킨만 주문했는데 고맙게도 김떡순(김밥 김말이, 떡볶이, 순대)까지 같이 왔네요. 끼야호

 

 

 

▲ 김말이가 꽁꽁 얼음이 되어서 왔습니다. 얼마나 추웠을까요? ^^

 

 

 

▲ 요즘은 떡볶이도 이렇게 판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쌍팔년도 떡볶이라니... 이름이 입에 착착 감기네요. ㅎㅎㅎ

 

 

 

▲ 그리고 김떡순의 막내인 순대, 특정 편의점에서만 판다는 이 녀석까지 물 건너 왔습니다.

 

 

 

▲ 오늘의 하이라이트! 치느님! 해외 배송 주문(?)을 하고 딱 2박 3일 걸렸습니다. ㅎㅎㅎ

 

 

 

▲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루고 튀겼더니 김말이 속 잡채가 기름을 쫙 빨아들이면서 언제 냉동이었냐는 듯 제대로 된 맛을 뽐냅니다.

 

 

 

▲ 팩에 든 재료만 넣고 후다닥 만들었는데도 참 맛있네요. 역시 쌍팔년도 떡볶이 ^^

 

 

 

▲ 튀김은 이렇게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죠. ㅎㅎㅎ

 

 

 

▲ 아... 상자 가득 들어있는 치킨을 보니 감격의 눈물이 막 쏟아집니다. ㅠ.ㅜ

 

 

 

“너 정말 한국산 치킨 맞는 거지?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

 

 

 

▲ 빈약해 보이는 날개지만 그렇기 때문에 간장 소스가 뼛속(?) 깊숙이 침투해서 진한 맛을 내죠.

 

 

 

▲ 오직 날개와 닭봉만으로 이루어진 치느님, 한국에서 먹던 그대롭니다. 차가워도 맛있네요.

 

 

 

▲ 추운 겨울에 비행기 타고 오신 치느님, 행여나 감기라도 걸리실까 오븐에 따뜻하게 데워드립니다.

 

 

 

▲ 오븐에 데웠다가 살짝 식히니 바삭거림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맥주가 땡기지만 치킨 본연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 맥주는 빠이~ ㅎㅎㅎ

 

 

출장 다녀온 와이프 덕분에 김떡순부터 치킨까지 아주 제대로 먹었습니다. 점심에 먹었는데 그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까지 건너뛸 정도였으니까요. 치킨이 얼마나 맛있던지... 김떡순은 또 어떻구요. 한국에 계신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해외에 계신 분들은 지금 박수치시면서 맞아! 맞아! 를 연발하고 계실 거라 생각이 됩니다. ^^

 

한국에서 튀긴 치킨을 일본에서 먹다니... 배달 정신이 투철한 와이프 덕분에 이런 호강을 다 하게 되네요. ㅎㅎㅎ

 

며칠 후 교촌이 또 먹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영자 : 네~ 교촌입니다. 

하시루켄 : 저기... 지난번에 치킨 해외 배송 시켰던 사람인데요...

영자 : 뚜뚜뚜... 

 

땡스 투~ 이 모든 음식을 한국에 있는 처제가 준비해줬다고 하더군요. 참 고맙죠. 해외에서 양념치킨 못 먹어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형부를 위해 치킨을 주문해 주다니... 이런 처제 또 있을까요?

 

감사한 마음에 노래 한곡 띄워드립니다.

 

이승철의 “그런 사람 처제 또 없습니다.

 

처제 땡큐^^